[ 조선경제 과학 이병철 기자 2024.8.22 ]
항우연, 에탄연료로 엔진 연소시험
미국, 뉴질랜드도 친환경 우주엔진 개발
독성 연료 대체해 '안전 비용' 절감 효과
의약품, 반도체 우주제조 구현할 동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에탄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 장면. 에탄은 인체에 독성이 적은 연료로 강한 독성을 가진 하이드라진을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우주수송체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친환경 바람이 우주에도 불고 있다. 독성이 약한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 소식이 전 세계에서 전해지고 있다. 우주추력기는 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공간에서 이동할 때 쓰는 우주추진시스템으로, 우주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친환경 우주추력기는 기존 기술보다 개발 비용도 저렴해 민간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할 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친환경 우주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김현준 소형발사체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최근 에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21일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에탄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며 “3차원(D) 프린팅을 이용한 일체형으로 설계해 상용화된다면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 이동에 쓰이는 우주엔진
우주추력기는 발사체 엔진과 사용 공간이 다르다. 가령 3단 로켓인 누리호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처음에는 강한 힘을 내는 발사체 엔진을 사용한다. 발사대에서 1단 엔진을 사용해 비행을 시작한 후 2단 엔진을 가동해 우주 공간의 목표 궤도에 도달한다.
우주로 나간 뒤에는 우주추력기를 사용하는 킥스테이지(우주수송선)가 위성을 임무 궤도로 데려간다. 우주추력기는 인공위성 자체에도 사용된다. 미세한 궤도 조정이나 고도 유지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위성의 궤도를 수정할 때 위성과 결합해 이동을 돕는 궤도간 수송선(OTV)에도 우주추력기가 사용된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우주추력기는 최근 뉴스페이스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친환경 우주추력기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속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미국 임펄스 스페이스, 모멘투스, 네덜란드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위성 기업과 정부 우주기관을 고객으로 삼아 위성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친환경 우주추력기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임펄스 스페이스가 꼽힌다. 임펄스 스페이스는 스페이스X의 초기 멤버인 톰 뮬러가 2021년 창업한 기업이다. 뮬러는 재사용발사체 팰컨9의 주력 엔진인 멀린엔진을 개발한 인물로 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미국의 우주기업 임펄스 스페이스가 개발한 친환경 우주수송선 '미라(MIRA)'의 비행 상상도./임펄스 스페이스
◇미국, 한국에서 잇따라 에탄 엔진 시험
미국의 임펄스 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에탄 우주추력기를 사용한 우주수송선 ‘미라(MIRA)’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수송선은 위성을 원하는 궤도로 옮겨준다. 미라는 300㎏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연료인 에탄을 사용한 우주추력기로 시험비행을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 때가 처음이다.
모멘투스는 수증기 함으로 작동하는 우주수송선 비고라이드(Vigoride),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프로펜을 사용한 추력기 ‘B1′과 ‘B20′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발사체 기업 런처 스페이스, 게이트 스페이스, 스페이스 플라이트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이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에 나선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연료 자체가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유독 물질을 다룰 때 드는 위험 비용을 최소화하면 사업성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발사체 추진체와 우주추력기에 사용된 하이드라진(N₂H₄)은 인화성과 유독성이 강한 무기화합물이다. 산화제와 만나면 별도의 점화장치가 없어도 발화가 이뤄져 우주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인체에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기간 노출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취급하려면 우주복 수준의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할 정도다.
김현준 책임연구원은 “에탄은 천연가스(LPG)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저독성이라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면 이 때 드는 비용을 아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우주의학 기업 스페이스린텍의 '우주의학 플랫폼' 상상도. 지구 준궤도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려면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주 추진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스페이스린텍
◇우주 제조 산업의 동력 될 듯
뉴스페이스 업계에서는 친환경 우주추력기를 상용화한다면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 의약품으로 대변되는 ‘우주 제조’ 산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2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주 산업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우주 제조를 꼽았다. 다만 발사체의 발사 비용이 무게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무게 대비 제품 가치가 큰 일부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사체 비용을 고려했을 때 ㎏ 당 5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우주 제조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의약품,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주추진체를 사용하는 우주수송선은 우주 제조에 있어 필수 장치로 꼽힌다. 우주 제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인 보령은 앰시엄스페이스와 함께 우주제조를 위한 우주정거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반면 스페이스린텍은 준궤도에서 수개월간 머물며 제품을 만드는 생산 장치를 수시로 쏘아 올리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정거장에 제조 원료를 보내거나 준궤도에서 오랜 기간 머물기 위해서는 우주추진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주 제조는 위성의 시장성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진정한 뉴스페이스 시대를 만들려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제조 산업을 개척해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에탄 우주추진체를 더 발전시켜 완성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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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경제 과학 이병철 기자 2024.8.22 ]
항우연, 에탄연료로 엔진 연소시험
미국, 뉴질랜드도 친환경 우주엔진 개발
독성 연료 대체해 '안전 비용' 절감 효과
의약품, 반도체 우주제조 구현할 동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에탄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 장면. 에탄은 인체에 독성이 적은 연료로 강한 독성을 가진 하이드라진을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우주수송체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친환경 바람이 우주에도 불고 있다. 독성이 약한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 소식이 전 세계에서 전해지고 있다. 우주추력기는 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공간에서 이동할 때 쓰는 우주추진시스템으로, 우주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친환경 우주추력기는 기존 기술보다 개발 비용도 저렴해 민간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할 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친환경 우주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김현준 소형발사체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최근 에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21일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에탄 우주추력기의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며 “3차원(D) 프린팅을 이용한 일체형으로 설계해 상용화된다면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 이동에 쓰이는 우주엔진
우주추력기는 발사체 엔진과 사용 공간이 다르다. 가령 3단 로켓인 누리호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처음에는 강한 힘을 내는 발사체 엔진을 사용한다. 발사대에서 1단 엔진을 사용해 비행을 시작한 후 2단 엔진을 가동해 우주 공간의 목표 궤도에 도달한다.
우주로 나간 뒤에는 우주추력기를 사용하는 킥스테이지(우주수송선)가 위성을 임무 궤도로 데려간다. 우주추력기는 인공위성 자체에도 사용된다. 미세한 궤도 조정이나 고도 유지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위성의 궤도를 수정할 때 위성과 결합해 이동을 돕는 궤도간 수송선(OTV)에도 우주추력기가 사용된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우주추력기는 최근 뉴스페이스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친환경 우주추력기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속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미국 임펄스 스페이스, 모멘투스, 네덜란드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위성 기업과 정부 우주기관을 고객으로 삼아 위성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친환경 우주추력기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임펄스 스페이스가 꼽힌다. 임펄스 스페이스는 스페이스X의 초기 멤버인 톰 뮬러가 2021년 창업한 기업이다. 뮬러는 재사용발사체 팰컨9의 주력 엔진인 멀린엔진을 개발한 인물로 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미국의 우주기업 임펄스 스페이스가 개발한 친환경 우주수송선 '미라(MIRA)'의 비행 상상도./임펄스 스페이스
◇미국, 한국에서 잇따라 에탄 엔진 시험
미국의 임펄스 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에탄 우주추력기를 사용한 우주수송선 ‘미라(MIRA)’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수송선은 위성을 원하는 궤도로 옮겨준다. 미라는 300㎏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연료인 에탄을 사용한 우주추력기로 시험비행을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 때가 처음이다.
모멘투스는 수증기 함으로 작동하는 우주수송선 비고라이드(Vigoride),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프로펜을 사용한 추력기 ‘B1′과 ‘B20′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발사체 기업 런처 스페이스, 게이트 스페이스, 스페이스 플라이트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이 친환경 우주추력기 개발에 나선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연료 자체가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유독 물질을 다룰 때 드는 위험 비용을 최소화하면 사업성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발사체 추진체와 우주추력기에 사용된 하이드라진(N₂H₄)은 인화성과 유독성이 강한 무기화합물이다. 산화제와 만나면 별도의 점화장치가 없어도 발화가 이뤄져 우주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인체에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기간 노출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취급하려면 우주복 수준의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할 정도다.
김현준 책임연구원은 “에탄은 천연가스(LPG)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저독성이라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면 이 때 드는 비용을 아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우주의학 기업 스페이스린텍의 '우주의학 플랫폼' 상상도. 지구 준궤도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려면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주 추진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스페이스린텍
◇우주 제조 산업의 동력 될 듯
뉴스페이스 업계에서는 친환경 우주추력기를 상용화한다면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 의약품으로 대변되는 ‘우주 제조’ 산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2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주 산업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우주 제조를 꼽았다. 다만 발사체의 발사 비용이 무게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무게 대비 제품 가치가 큰 일부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사체 비용을 고려했을 때 ㎏ 당 5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우주 제조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의약품,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주추진체를 사용하는 우주수송선은 우주 제조에 있어 필수 장치로 꼽힌다. 우주 제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인 보령은 앰시엄스페이스와 함께 우주제조를 위한 우주정거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반면 스페이스린텍은 준궤도에서 수개월간 머물며 제품을 만드는 생산 장치를 수시로 쏘아 올리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정거장에 제조 원료를 보내거나 준궤도에서 오랜 기간 머물기 위해서는 우주추진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주 제조는 위성의 시장성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진정한 뉴스페이스 시대를 만들려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제조 산업을 개척해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에탄 우주추진체를 더 발전시켜 완성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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