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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각산’은 왜 우주로 가나…무중력서 벌어진 놀라운 일

2024-08-13

[중앙일보 어환희 기자_2024.8.13]


Today’s Topic

치매 신약을 우주에서?

무중력이 가져올 희망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이 격년마다 모이는 우주과학 최대 학술행사 ‘코스파’(국제우주연구위원회).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 행사에 의외의 업체가 등장했다. 겔포스, 용각산을 만드는 제약사 보령이다. 업력 60년이 넘는 보령은 3년 전 우주의학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여행자를 돌보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할 일”(김정균 보령 대표)이라면서다.

우주여행 중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멀미가 나면? 이런 걱정이 먼 미래 일 같은가. 아니다. 우주여행 시대는 이미 온 미래. 기회를 잡으려는 비즈니스 전쟁이 한창이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지난 4월부터 우주여행 보험 판매를 시작했을 정도. 우주 비즈니스 분야는 넓지만 특히 요즘 뜨거운 건 신약 개발. 무중력 공간이 선사하는 ‘잭팟’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우주인뿐만 아니라 지구인을 위한 건강 해법까지 우주에서 찾고 있다는데. 암·치매·노화 등 인류를 괴롭혀온 해묵은 과제, 우주에서 극복 가능할까.



1. ISS 시대가 연 우주의학

“민간 업체와의 협력이 우주 연구 확장성을 높였다.”

지난달 15일 코스파를 찾은 팸 멜로이 나사(미 항공우주국) 부국장은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주요국 우주기관 임원들이 모인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우주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나선 데는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전환이 배경에 있다. 우주의학도 마찬가지.

우주의학, 뭘 연구해?: 출발은 미·소 냉전시대였다. 체제 경쟁 일환으로 인간을 우주에 보내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우주에서 인간의 몸에 생기는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비행 중 수직·수평 가속도가 붙으면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고, 저궤도(약 200~400㎞)에서는 근육 위축, 골밀도 감소, 방사선 노출 위험도 생긴다. 우주의학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각종 헬스케어 및 제약 연구에서 시작됐다.

뉴 스페이스, 우주인 양산: 요즘우주의학이 뜨는 건 우주로 나가려는 주체가 각국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범위가 확장되면서다. 나사·작사(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등 정부가 우주산업 전반을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는 ISS(국제우주정거장)가 있다. 1998년부터 5개 나라(미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이탈리아)가 쏘아올린 모듈을 궤도에서 연결해 완성한 축구경기장 크기 우주 구조물이다. ISS 회원국은 총 15개국. 회원국들이 새로운 과학 모듈이나 실험 시설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ISS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다.

무중력의 무한 가능성: 우주인을 위한 연구 위주였던 우주 의학은 뉴 스페이스 시대 영역을 확장했다. 우주 공간이 신약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지로 떠오르게 된 것. 지구에서 성분과 물질을 우주로 싣고 가 연구하거나 약품을 만들어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식. ‘지구→우주→지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우주의학의 메인 무대가 됐다.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를 이끄는 김규성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주 저궤도는 이제 하늘과 같다. 도구로서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던 10㎞ 상공에 비행기로 하루 수백만 명이 올라가며 규칙이 생겼듯이, 우주 영역이던 저궤도에도 조만간 규칙이 생길 것”이라며 “저궤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소위 ‘말발’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한국 우주항공청을 비롯해 미국 나사, 일본 작사 등에서 온 각국의 우주개발 전문가들이 우주 주요 이슈에 관해 토론 중이다. 연합뉴스


2. 우주의학, 돈 좀 되나

땅에 발붙이고 사업하는 것도 힘겨운데, 우주까지 가야 하나? 우주선 발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절차도 복잡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우주로 나가는 이유는.

제약이 무중력을 만나면: 무중력 활용 우주산업은 2035년까지 1조8000억 달러(약 2475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2022년 맥킨지 테크 트렌드 리포트). 그중 제약은 단기간에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무중력 환경에선 의약 용액이 골고루 섞이면서 투입 자원 대비 수율(완성된 약품의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 박찬흠 한림대 이비인후과 교수(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는 “지구에선 재료 100g을 투입하면 제품이 1g밖에 안 나오지만, 우주에선 90g까지 나올 수 있다”며 “100g당 수억원에 팔 수 있는 특수 항암제를 ㎏ 단위로 제조하면 비싼 우주선 발사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비용도 줄었다: 우주로 나가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던 우주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거 위성 발사 땐 중·대형 발사체 기준 ㎏당 1만~2만 달러(약 1400만~2800만 원)가 들었다면, 스페이스X 발사체 ‘팰컨9’은 이를 ㎏당 2700달러(약 371만원)로 줄였다(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보고서). 우주 발사체 발사 횟수는 2019년 586회에서 지난해 2664회로 대폭 늘었다(UN우주업무사무소). 비용은 더 줄어들 전망.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의 신형 발사체와 경쟁사 블루 오리진의 재사용 발사체가 나오면 2028년부터 발사 비용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 무중력 선구자, 글로벌 제약사들

일찌감치 무중력 가치를 알아본 글로벌 제약사들은 줄줄이 우주로 향했고 성공 사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ytruda)가 대표적이다. 이 항암제의 주성분 ‘펨브롤리주맙’은 신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한 블록버스터 약물. 2017년 머크는 이 성분을 ISS에 가져가 단백질 결정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과가 어땠길래?: ISS 연구를 통해 무중력 환경에서 더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폴 레이커트 연구원은 “단백질 결정이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는 지구보다 더 완벽한 분자가 형성된다. 결정이 커지는 속도를 늦춰 분자가 형성할 때 생기는 결함을 줄이고, 더 크고 균일하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결정이 중력 방향으로 쏠리며 무너지는 현상 없이 균일하게 분포하는 완벽한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것.


나사의 우주비행사가 제약사 머크의 실험 및 연구를 위해 ISS(국제우주정거장) 인큐베이터에서 단백질 결정화 시설 장비를 빼내고 있다. 사진 나사


환자는 편해지고: 현재 키트루다는 정맥주사(IV)를 통해서만 투여 가능하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 몇 시간 동안 주삿바늘을 꽂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농축 결정을 안정적으로 만들수 있다면, 피부 아래에 주사를 놓는 피하주사(SC)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10분 남짓한 시간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것. 실제 머크는 ISS 연구를 기반으로 지상에서도 균일한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현재 키트루다 SC제형(형태)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특허 연장의 꿈도 실현: 이번 성과가 제약사 머크에 가져다줄 이익은 엄청나다. 키트루다 IV의 핵심 특허는 2028년이면 만료된다. 원래대로라면 특허 만료 이후엔 주성분 ‘펨브롤리주맙’을 활용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들이 쏟아질 예정. 하지만 SC제형 임상이 성공해 상용화된다면, 추가 특허를 얻어 최대 2036년까지 특허를 유지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 키트루다를 독점 판매할 기간이 늘어나는 것.

무중력 저 너머로: 키트루다는 무중력 연구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상당 기간 ISS 연구를 진행해온 글로벌 제약사들 입장에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무중력 연구에 박차를 가할 정당성이 생긴 것. 미국 유명 제약사 일라이 릴리(만성 질환 및 당뇨병치료제), BMS(바이오 의약품), 아스트라제네카(암 백신) 등이 신약 개발을 위해 우주로 나갔다.


우주 공장→지구 시장: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제약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약물 ‘리토나비르’의 소량 샘플을 우주에서 만들어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업체에 따르면, 리토나비르는 지구에서 결정화하는 데 4일 걸리지만 우주에서는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제조 단가는 10분의 1로 줄었다.


지난 2월 미국 우주제약 스타트업 '바르다스페이스 인더스트리'는 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약물 '리토나비르'를 우주 공간에서 합성해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 바르다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잠깐, 우주인을 위한 헬스케어 시장은?

우주에서 만든 제품을 지구로 ‘역수출’하는 게 아닌, 우주 탐사 계획을 수행하는 우주인을 겨냥한 산업도 있다.

◦ 핵심은 B2G: 지구 밖에서 우주를 탐사하는 인원은 먼 미래에도 소수겠지만,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각국 정부의 수요를 노리는 B2G(기업-정부 거래) 시장은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우주의학에 투자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 이후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도 우주 탐사를 노린다는 얘기도 나올 만큼 각국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우주와 지구, 일타쌍피: 사실상 우주에서 효과가 좋은 약과 헬스케어 기기는 지구에서도 쓸 수 있다. 스타트업 파프리카랩의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방사선 측정기가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우주 탐사인을 위한 방사선 피폭량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데, 이와 비슷한 기술로 항공 승무원을 위한 방사선 피폭 측정기도 개발 중. 김정인(서울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파프리카랩 대표는 “국내외 항공 승무원은 9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방사선 피폭량은 근로자(승무원)도 회사도 관심 사안이라, 시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4. 뒤늦게 눈뜬 K업체들, 묘수는

국내에도 2020년을 전후로 민간 제약사들이 우주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보령처럼 알려진 제약사 뿐만아니라, 나사와 우주의학 연구를 수행해온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교수가 설립한 스페이스린텍처럼 신약 개발을 사업모델로 삼는 스타트업도 나왔다. 하지만 ISS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ISS내 실험이 극히 제한된 상황. 저궤도 내 실험 공간 확보부터 어렵지만, 방법을 찾고 있다.

① ISS에 자리 있어? 나랑 손잡자

보령X엑시엄 스페이스: 보령은 올초 미국 우주기업 엑시엄 스페이스(엑시엄)와 합작 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브랙스)를 설립했다. 나사 출신 연구원들이 2016년 설립한 엑시엄은 나사로부터 ISS를 오가며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받은 민간 업체. 기존 ISS는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는데, 엑시엄은 이를 대체할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있다. 보령은 2022년 엑시엄에 6000만 달러를 투자, 지분 약 2.7%를 확보했다. 저궤도 우주 공간에 한 자리를 확보한 셈. 보령은 브랙스를 통해 국내 연구 프로젝트와 제조·기술 기업들이 ISS에서 실험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에서 연단에 오른 김정균 보령 대표. 어환희 기자


스페이스 린텍X나노렉스: 스페이스린텍은 미국 우주기업 나노렉스와 손을 잡았다. 내년 2월 나노렉스의 소형 위성 발사 모듈 ‘나노드’에 실험 장치를 설치해 ISS에서 폐암치료제 후보물질 실험을 시작한다. ISS에서 의학 실험을 하는 첫 국내 사례다. 스페이스린텍 윤학순 대표는 “우주에서 실험 후 지구로 장치를 회수해 내년 8월까지 분석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수익모델은 크게 두 가지”라면서 “신약 개발 단계 중 임상 전 단계에서 기초 연구를 한다는 점이 하나고, 또 하나는 임상까지 안 가더라도 물질 개발만으로 제약사 등에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② 우주 실험실, 직접 쏜다

치매 신약, 무중력 연구: 2022년 설립된 로켓 제조 스타트업 우나스텔라는 올 하반기 제약·생명 연구를 목표로 발사체를 쏜다. 박재홍 우나스텔라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연) 등과 함께 협력해 단백질 합성 및 치매 예방 관련 물질 등을 실은 사운딩 로켓(연구 목적 실험용 로켓)을 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함께 하는 치매 포함 노인성 뇌질환, 퇴행성 질환을 극복하는 공동 연구에 무중력 환경을 활용하기로 한 것.

사운딩 로켓 속 실험실: 사운딩 로켓은 크게 두 가지 형태. 로켓이 바다나 지상으로 떨어질 때 무중력 구간을 활용해 실험하는 방식과 아예 소형 발사체를 100~200㎞ 준·저궤도 공간에 쏘아 올려 실험을 하는 방식. 올 하반기 시행하는 첫 발사는 전자에 해당한다. 내년에는 우주 공간에 투입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주의학 스타트업 스페이스린텍은 내년 2월 미국 나노렉스의 소형 위성 발사 모듈 ‘나노드’에 실험 장치를 설치해 국내 최초로 ISS에서 폐암치료제 후보물질 실험을 시작한다. 사진 스페이스린텍


👩‍🔬 지상에서도 연구할래

모두가 매번 우주로 나갈 수는 없다. 김규성 교수는 “개념과 연구가 지상에서 충분히 입증돼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로 갔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 참고로 지상에서 ‘무중력’은 구현할 수 없다. 무중력에 수렴하는 가장 약한 수준의 중력, 즉 ‘미세 중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구현할까.

① 드롭타워: 항우연이 충남 아산환경과학공원에 세운 ‘그린타워’는 120m 높이에서 자유 낙하로 미세 중력 환경을 구현하는 드롭타워다. 유이상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폐기물 소각로 굴뚝 가운데 빈 공간을 활용한 시설로 미국(5.2초), 독일(4.76초) 다음으로 긴 4.74초 동안 미세 중력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린텍은 강원도 정선, 태백에 있는 폐광 갱도를 활용해 드롭타워를 구축했다.

② 파라볼릭 테스트: 비행기를 이용한 방식. 10㎞ 고도에서 엔진을 끄고 떨어지는 10~15초 동안의 미세 중력 구간을 활용한다. 드롭타워보다는 2~3배 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수직 낙하가 어려운 만큼 미세 중력 수준은 떨어진다고. 또 비행기를 한 번 띄우는 데 수억원이 깨진다는 단점도. 연구물질만 넣고 무중력을 만드는 여타 방식과 달리 비행기에 사람이 타서 실험하는것도 가능.

③ 클리노스텟: 회전에 의해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 미세 중력 환경을 구현하는 장치다. 과거에는 평면에서 회전하던 장치가 요즘엔 클리노스텟 3D 또는 RPM이라 불리며, XYZ 축으로 무작위로 돌리며 미세 중력을 확보하는 식이다. 장시간 미세 중력 환경에 세포를 노출해 배양하거나 합성하는 연구를 하는 바이오 생명 분야에서 주로 활용한다.

실험 중인 클리노스텟 3D 장비. 사진 인하대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


5. ‘뉴 스페이스 시대’, 한국은

국내 우주의학 테이프를 끊은 것은 민간 기업들. 마침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뉴 스페이스’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민간에 저궤도 우주산업을 맡기면 되는 걸까.

설익은 K뉴스페이스: 한국 상황을 미국·일본 등 우주 선진국 상황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ISS 회원국으로서 정부 차원의 저궤도 활용 사업을 해온 나라들과 달리 우리 나라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 정부의 길잡이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김규성 교수는 “다행히 보령과 같이 한국판 스페이스X가 되려고 시도하는 기업들이 나와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도 학계도 민간도 우주산업 경험이 많지 않기에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투 트랙(two-track)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야를 넓혀라: 현재 국내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제작에 집중돼 있다. 우주의학 분야에 투자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우주발사체와 위성산업은 미국·러시아 등 선진국을 따라가기 늦은 감이 있다. 우주산업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산업을 선점하도록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우주산업 관련 어떤 분야건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우수하면 민간이 진출할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에서 판단하는 다양한 분야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길을 터주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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